OTOT - 오티오티 [신문]

(제천=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충북 제천은 치유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도시다.

제천은 대구 약령시장, 서울 경동시장과 더불어 3대 약령시장이 있던 곳이다.

제천에는 깊은 산 속에 자리 잡은 치유의 숲과 의림지에 조성된 한방 치유숲길 등 치유와 힐링에 초점을 둔 곳들이 많다.

이런 치유 공간들은 코로나를 이겨내려는 사람들에게도, 코로나를 앓았던 사람들에게도 꼭 필요한 공간들이다.

제천시 북서쪽의 모산동에 자리 잡고 있는 의림지는 김제의 벽골제, 상주의 공검지, 밀양의 수산제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고대 수리 시설로 손꼽힌다.

이곳은 그중 유일하게 지금까지도 인근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의림지는 본연의 역할 이외에도 또 다른 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들이 쉴 수 있도록 품을 내어 주는 것이다. 의림지까지는 2.3㎞ 길이의 '삼한의 초록길'이 조성돼 있다.

매일 운동하는 시민들은 그러므로 왕복 8㎞가량을 걷는 셈이다.

이 길을 찾았을 때는 평일 오전이었지만, 마치 걷기 대회가 열린 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걷고 있었다.

또 초입에는 제천시 체육회가 운영하는 '초록길 자전거 체험센터'가 있어 자전거를 빌려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이윽고 의림지에 도착하자, 저수지 둑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수많은 낙락장송 소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소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활기차게 보였다.

한 중년 여성은 소나무 아래 벤치에서 보온병을 꺼내 커피를 마셨다.

중학교 때 서울에서 이사 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는 그는 제천의 삶에 아주 많이 만족한다고 말했다. 의림지에서 나와 '제2 의림지'라고 불리는 도화리 비룡담 저수지도 들렀다.

이곳은 한방생태숲을 중심으로 피재골 주변 수려한 경관을 감상하며 순환할 수 있는 7.5㎞ 길이의 숲길로, 수변으로 난 데크 길이 아름답다.

최근에는 데크길 중간쯤에 성(城) 모양을 한 루미나리에 구조물이 들어서 자칫 지루하기 쉬운 걷기 길을 상쾌하게 해 주고 있다.

청풍호를 가로질러 명승 제48호인 옥순봉으로 연결되는 출렁다리가 최근 개통돼 탐방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실, 옥순대교 인근은 개인적으로 숨겨놓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비경을 가진 여행지 가운데 하나다.

옥순대교를 배경으로 한 청풍호의 모습은 마치 베트남의 할롱 베이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수산면 괴곡리 옥순대교 남단과 옥순봉을 잇는 이 출렁다리는 무주탑 방식이어서 짜릿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옥순 대교 옆쪽에 청풍호를 가로지르는 길이 222m, 폭 1.5ｍ 규모의 출렁다리가 들어섰다.

다리 위로 올라서니 다른 출렁다리와 비교해서 흔들림이 더 느껴졌다.

출렁다리와 연결되는 옥순봉 기슭에는 408ｍ 길이의 탐방로가 조성돼 가볍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청풍호 수면으로부터의 높이는 최고 수위일 때 12.8ｍ, 최저 수위일 때 32.4ｍ가량이다.

기존 등산로를 이용해 기암괴석으로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옥순봉 정상에도 오를 수 있다.

옥순봉을 중심으로 한 비경들이 석양에 빛이 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전날 옥순봉 출렁다리에 오른 뒤 석양을 맞아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다음날 제천이 자랑하는 자드락길 가운데 백미로 손꼽히는 6코스 '괴곡성벽길'을 걷기로 했다.

괴곡성벽길은 옥순봉쉼터에서 시작해 청풍호 전망대→다불암→두무산→403봉→지곡리 나루터까지 9.9㎞ 구간이지만, 이번에는 청풍호 전망대까지 2㎞ 구간만 걷기로 했다.

청풍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전망 이려니와, 정상 인근 산골짜기에 흙집을 지어놓고 손님을 받는 백봉산 마루주막의 근황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수년 전 일정에 쫓겨 막걸리 한잔 마시지 못하고 사진만 몇 장 찍고 내려와야 했던 기억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메뉴라 해봤자 부침개와 손두부 그리고 동동주가 전부인 이곳은 한 중년 부부의 삶의 터전이다.

부인은 손님들을 맞아 뚝딱 부침개를 내놓고 남편은 손님을 맞는다.

한동안 입소문이 나면서 몰려드는 손님들로 손이 모자랄 정도였지만, 최근 돌림병 분위기 탓에 손님이 뜸하다고 한다.

살림집 옆에는 손님을 받을 수 있게 비닐로 바람을 막아놓은 간이 시설이 있다. 그쪽으로 들어서니 아직도 화목난로가 뿜는 온기에 마음이 풀린다.

비닐 벽 위쪽에는 산악회가 매달아 놓은 리본이 매달려있다.

이곳에서 수백ｍ만 더 가면 청풍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좀 전 백봉산주막에서 마신 막걸리를 한 잔 때문만은 아니다.

제천에서 생산하는 두 약재는 전국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한약재를 생산하는 농민들이 결성한 조합(제천한방연합회)에서 한방 약재의 효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송학면의 본초다담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한약재를 활용한 족욕을 체험하고 독특한 비결로 끓인 쌍화차와 대추차 등 한방차를 맛볼 수 있다.

대표운영자 박현수 씨는 제천의 한방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는 "기본적으로 고랭지인 제천의 땅은 약초를 재배하기 좋은 사질토인데다, 일교차와 연교차가 심해 약초의 질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imazine] 치유받고 싶은 나 ① '한방 치유 도시' 제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