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나 찾아봐라" 갈대숲에서 은둔 고수 찾기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분명 갈대숲에 있는데 좀처럼 찾을 수 없다." 강원 강릉시 남대천 하구의 갈대숲에서 겨울을 보내는 알락해오라기가 완벽한 위장을 한 채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 붕어나 잉어는 물론 겨울이면 갈대숲에 사는 각종 물고기를 노린다. 해오라기 앞에 붙은 '알락'의 사전적 의미는 본바탕에 다른 빛깔의 점이나 줄 따위가 조금 섞인 모양, 또는 그런 자국을 말한다. 알락할미새, 알락오리, 알락도요, 알락꼬리마도요, 알락하늘소, 알락나방 등 조류나 곤충 등의 이름 앞에 알락이 붙어 있으면 생김새를 짐작할 수 있다. 겨울 철새인 알락해오라기는 갈대와 비슷한 황갈색에 옅거나 짙은 검은 줄이 몸 전체에 있어 갈대숲에 있으면 찾기 힘들다. 위장이 워낙 뛰어나 전문가들도 현장에서 알락해오라기를 찾기는 쉽지 않다. 갈대숲에 알락해오라기가 숨어 있는 장소를 손으로 가리키며 알려줘도 갈대와 쉽게 구별하지 못한다. 
1960년대 초까지는 습지나 갈대밭에서 드물게 눈에 띄었으나 1970년대부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희귀종이어서 찾아보기가 더 힘들다. 특히 세계적으로 10만∼15만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국제적 희귀조류로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에 등록돼 보호를 받고 있다. 주위 환경과 비슷하게 위장해 행동하는 특징까지 있다. 갈대숲에 자기가 갈대인 것처럼 목을 뻣뻣이 들고 있으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위기를 느끼면 목을 길게 빼고 목의 털을 갈기처럼 잔뜩 세워 경계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움직임도 거의 없고 바람에 갈대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아침에 갈대숲에 있는 알락해오라기를 보고 점심 먹고 가보니 그 자리에 그대로 있더라"는 우스갯소리는 탐조객이나 생태사진가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얘기다. 
고개를 위로 쳐들면 가슴 쪽의 세로줄 무늬가 잘 보이는데 이게 갈대숲 안에서 위장 효과를 준다고 한다. 이처럼 위장 능력이 뛰어나 갈대밭에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찾기 어려워 '갈대밭의 은둔자', '은둔 고수'로 불린다. 갈대숲에서 갈대인 척 숨어서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생활한다. 터를 잡으면 갈대숲을 벗어나 먼 곳까지 날아가는 일도 많지 않아 사진을 찍기도 어렵다. 이런 특성 때문에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알락해오라기 관찰이 언론에 등장하는 등 국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을 정도다. 요즘도 개체가 여전히 많지 않은데다 갈대밭이나 풀이 우거진 습지, 호수 등에서 혼자 생활하기 때문에 찾기는 힘들다. 최근 강릉지역의 낮 기온이 영상 15도를 웃도는 봄이 찾아오면서 알락해오라기가 보이지 않는다. 알락해오라기가 먼 길을 서둘러 떠난 강릉 남대천 갈대숲은 물닭이나 오리들이 차지하고 봄볕을 쬐며 몸단장을 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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