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수상 패션쇼올해 6월, 서울 동대문 패션시장 인근에서 열린 '청계천 수상 패션쇼'. 김주성 연합뉴스 기자 K패션의 본거지이자 동아시아 패션시장의 중심이었던 동대문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한때 이곳은 연 매출 1천억 원의 메가 브랜드를 비롯해 숱한 유명 브랜드 탄생의 요람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방문객이 급감하며 공실과 폐업이 이어져 을씨년스런 분위기마저 감돈다. 동대문 의류 도매상에 고용된 디자이너가 원단을 골라 디자인하면 인근 봉제공장에서 샘플링을 거쳐 상품화한 뒤 이를 판매하는 게 이곳 패션시장의 기본 흐름이다. 기획 아이디어에서 디자인, 생산, 판매까지 2~3일 만에 이뤄지며 국내 '패스트 패션'을 선도했다. 이 기간이 일반 브랜드는 수개월, 글로벌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2~3주일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하지만 동대문의 이런 기능은 최근 많이 무뎌졌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인 상인과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면서부터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도·소매상들까지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 등의 영향으로 늘어난 부담을 덜기 위해 동대문 대신 중국 광저우 등 더 저렴한 곳을 찾아 떠나고 있다. 그 결과는 치솟는 공실률이다.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가 올해 4월 동대문 일대 상가 건물 32곳을 조사한 결과, 패션 도·소매 점포 3만여 중 약 5천 곳이 비어 있었다. 1층의 경우는 호황기 임대료가 월 500만 원에 달했으나 요즘은 50만∼60만 원이고, 3층 이상은 보증금이나 권리금 없이 관리비만 받는데도 입점 상인을 찾기 힘들다. 동대문에서 10년 넘게 디자인을 하며 옷 장사를 해온 A씨는 "잘 나갈 때는 대량 주문이 이어져 현금을 쓸어 담았는데 지금은 주변 매장이 많이 비었다"며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대문 패션시장이 아무리 위기를 맞았다 해도 패스트 패션의 시스템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마디로 요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맞춤형 다품종 소량 생산에 특화돼 있다. 패션에 문화·관광까지 어우러지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지역 랜드마크를 보유한 것도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게다가 동대문은 여전히 국내 섬유패션 매출의 17%, 수출의 21%, 고용의 26%를 차지하고 있어 영향력을 무시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동대문 패션시장을 살려야 국내 섬유패션 산업의 재도약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혁신을 통해 고도의 패션 클러스터(산업 집적 단지)로 거듭나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는 이유다. 이에 따라 올해 4월 서울시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동대문 패션시장 활성화 5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AI(인공지능)와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고부가가치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동북아 패션 허브로 도약시키는 게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주문부터 생산까지 24시간 내에 이뤄지는 '위드인(Within) 24' 시스템을 구축하고, AI가 개인별로 원하는 스타일을 분석한 후 상품 구입까지 도와주는 서비스를 도입한다. 이 과정에서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가상 피팅 서비스가 이뤄지며, 영상을 통해 상품 정보를 전달하고 구입을 유도하는 디지털 마케팅도 전개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세계 패션시장의 중심지로 거듭나 사하라 사막이나 에베레스트산에 사는 사람까지 고객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상인들은 중국산 저가 의류의 공세를 막기 위해 디자인 도용을 단속하고, 판로 개척 등에도 정부가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강윤경 기자 bookworm@yna.co.kr
<연합뉴스>2019/07/27 10:30 송고 ㅡCopyright ⓒ OTOT - 오티오티 [신문] 무단전재 배포금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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