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물가요? 그거 생각하면 자장면 무료 대접 못 하죠"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혼자 했다면 봉사활동을 꾸준히 못 했을 겁니다. 아내와 마을 봉사단원분들이 있기에 가능했죠." 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에서 중식당을 운영 중인 최평옥(57)씨가 웃으며 말했다. 최 대표는 14년간 매달 마지막 주 화요일마다 어르신 200∼300여명에게 무료로 자장면을 대접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날이면 최 대표와 아내 권다안(53)씨는 뜨거운 불 앞에서 분주하게 자장면을 만들고, 홀에서는 새마을부녀회와 해바라기봉사단 등 마을 봉사단원들이 서빙을 돕는다. 100여석의 식탁은 어르신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도 없다. 최 대표는 "자장면을 나르고, 자리를 정리하고, 설거지하고…. 일이 계속 몰려들어 모두가 혼이 쏙 나간다"며 "그렇지만 '복 받으실 것'이라며 손을 꽉 잡아주시는 어르신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모두가 조금 더 힘을 내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가 자장면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한 건 20년전 쯤이다. 전주의 한 호텔에서 중식 팀장으로 일하면서 전주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전주시청 인근에서 무료로 자장면을 나누는 '자장면 봉사대'를 운영했다. 그렇게 발을 디딘 자장면 봉사를 2009년 중식당 문을 열면서는 아내와 함께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 자장면 봉사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컸다고 한다. 평생 몸담아온 자장면을 만드는 일이었으나 아내와 둘이서 준비하려니 쉽지 않았다. 양파 수백 개를 까고 고기를 수십번 다지는 일도 고됐지만 한꺼번에 많은 어르신이 식당에 와서 큰 불편함 없이 자장면을 먹고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는 잠시뿐. 이러한 활동을 알게 된 마을 봉사단의 손길이 더해지면서 최 씨의 '사랑의 자장면' 봉사는 인근 주민들에게 유명한 행사가 됐다. 전북도지사 표창장이나 대한노인회 전주시지회 감사장 등 기관이나 단체에서 주는 상도 여러 번 받았다. 무료로 나눠주는 자장면 재룟값은 모두 사비로 마련한다. 식자재값이 오를 때마다 부담이 될 법도 한데 최 씨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봉사활동에 쓰이는 비용을 계산하기 시작하면 마음 편히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해오던 일이기 때문에 그저 꾸준히 하고 있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행복을 파는 곳입니다'. 최 씨가 매일 따뜻한 자장면을 내오는 주방 앞에 붙은 현수막 글귀의 일부다. 최 씨는 누구나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자장면을 만든다. 맛있는 음식은 행복을 가져다주고 딱딱하게 굳어진 마음의 근육을 풀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최 씨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는 '적선지사 필유여경'. 선행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기쁜 일이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베푸는 삶은 그가 대학교 때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가 매번 강조했던 가치였다.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최 씨는 전주동조 MJF라이온스클럽에도 가입해 물품이나 장학금 등을 후원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최 씨는 "두 자녀 모두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동안 봉사활동을 못 했던 만큼 더 많은 분께 자장면을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warm@yna.co.kr ㅡ[연합뉴스]ㅡ20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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