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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역사를 품은 공산성·황새바위성지길

[걷고 싶은 길] 역사를 품은 공산성·황새바위성지길

공산성 야경 [사진/전수영 기자]

(공주=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비단결 금강, 우거진 녹음, 백제의 숨결. 공주 고마나루 명승길의 '백미'인 공산성길과 황새바위성지 올레길이 안겨주는 선물들이다.

충청남도 공주에는 고마나루 명승길, 마곡사 송림숲길, 마곡사 명상산책길, '공주 힐링 테마길' 15개 코스 등 도보여행길이 다채롭다.

이 중에서 고마나루 명승길은 백제 시대 가장 큰 나루터였던 고마나루에서 시작해 공주한옥마을∼국립공주박물관∼무령왕릉이 있는 송산리고분군∼황새바위성지∼공산성∼정안천생태공원∼연미산자연미술공원으로 이어진다.

총 거리는 14㎞. 명승길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공주의 주요 유적지를 끼고 있다.

◇ 백제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공산성

'고마'란 '곰'의 옛말이며, 공주의 옛 지명이기도 하다. '공주'(公州)라는 지명은 고려 태조 때 생겼다.

우리는 명승길 중에서도 가장 걷기에 좋고 풍광이 아름다운 곳을 걸었다. 공산성에서 시작해 황새바위성지를 지나 송산리고분군 입구까지. 거리는 6∼7㎞ 정도 될 것 같았다.

공산성에서 시작해 송산리고분군까지 갔다가 다시 원점 회귀하는 데 약 3시간이 걸렸다.

공산성 안에만도 코스는 많았다. 30분 정도 걸리는 산책로를 비롯해 2시간 이상 소요되는 코스 등 다양한 도보여행길이 있다. 대표적인 길이 약 2.6㎞인 성벽을 따라 걷는 둘레길이다.

녹음이 우거진 공산성 산책길 [사진/전수영 기자]

이 길은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감상하고 공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기 좋은 코스다. 성벽 위를 걷는 긴장감과 박진감 있는 풍광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탐방객들이 제일 좋아하는 길은 공산성 방문자센터에서 시작해 금서루∼임류각∼토성벽∼광복루∼임류각∼왕궁지∼쌍수정∼금서루로 이어지는 코스라고 한다.

공산성을 휘돌아가는 금강을 조망할 수 있고, 우거진 숲속 길이어서 걷는 데 쾌적할 뿐 아니라 백제의 주요 유적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코스를 걸은 뒤 황새바위성지로 향했다.

공산성이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계기로 생긴 것으로 보이는 공산성 방문자센터는 VR(가상현실) 체험실, 백제유적을 3D로 복원해 보여주는 디오라마관 등을 갖춘 첨단 안내소다.

정보통신기술(ICT)로 공산성의 세계유산적 가치, 역사 문화, 관광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단층 한옥으로 지어 공산성의 경관을 해치지 않아 인상적이었다.

공산성은 웅진백제시기(475∼538)를 대표하는 왕성이다. 백제는 고구려 장수왕의 공격을 받아 한성(지금의 서울)을 빼앗긴 뒤 문주왕 원년(475)에 도읍을 웅진으로 옮겼다.

공산성은 이후 삼근왕, 동성왕, 무령왕을 거쳐 성왕 16년(538)에 사비(지금의 부여)로 도읍을 옮길 때까지 64년 동안 백제의 왕성이었다.

성의 길이는 총 2천660m이며 토성이 735m, 석성이 1천925m다. 동서남북 네 곳에 문이 있었다. 북문인 공북루와 남문인 진남루가 남아 있고, 동문과 서문은 1993년 복원돼 각각 영동루, 금서루로 불린다.

공북루(拱北樓). 옛 망북루(望北樓) 터에 신축한 북문으로 금강 변에 있어 강 사이를 왕래하는 남북통로의 관문이었다. [사진/전수영 기자]

방문자센터에서 금서루로 가는 길 중간에는 47개의 비석 군이 있다. 공주와 관련된 인물들의 행적을 기리는 비석들이다. 공주시 곳곳에 흩어져 있던 비석들을 모아 놓은 것인데 우의정, 도순찰사, 관찰사 등 옛 관리들의 송덕비가 많았다.

서쪽 문루인 금서루는 복원된 것이지만 조선 시대 성문의 양식을 잘 보여준다. 금서루 주변을 비롯해 성벽 곳곳에는 노란색 깃발이 꽂혀 있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기세가 자못 당당했다. 황색 깃발에는 송산리 6호 고분 벽화에서 발견된 사신도가 그려져 있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그려진 사신도 깃발은 6호분의 사신도 위치대로 각각 동·서·남·북쪽 성벽에 세워져 있다.

중국에서는 황제를 상징하는 황색이 백제의 나라 색이다.

공주는 도읍의 운명을 다한 뒤에도 군사 요충지 역할을 했다. 고려와 조선은 공산성의 군사적 중요성을 알아보고 백제 때 대부분 토성이었던 성벽을 석성으로 고쳐 쌓았다.

공주에는 절도사 혹은 관찰사가 머물렀으며 조선 시대에는 충청관찰사가 일하던 관청인 감영이 공산성에 설치되기도 했다.

통일신라 때 공주는 웅주(공주의 옛 이름) 도독 김헌창이 반란을 일으킨 거점이 됐고, 고려 현종은 1011년 거란족이 침입하자 전라도 나주로 피난할 때 공주를 거쳐 갔다.

조선 인조는 1624년 이괄의 난이 일어나자 공산성으로 피해 6일 동안 머물렀다.

공산성은 금강에 접한 해발 110m의 산에 능선과 계곡을 따라 지은 포곡형 산성이다.

공산성이 얼마나 견고한 천연의 요새인지는 금강 쪽 성벽 위를 걸어보면 실감할 수 있다. 금강 쪽 성벽은 절벽 위에 지어졌다. 내려다보면 아스라한 낭떠러지여서 적이 도저히 침입해올 수 없을 것 같다.

금서루(金西樓). 공산성 서쪽에 설치한 문루로 유지(遺址)만 남은 채 성내로 진입하는 차도로 이용되다가 1993년도에 복원됐다.[사진/전수영 기자]

내륙 쪽인 금서루 앞은 지금 주택과 상가가 들어서 있지만, 옛날에는 우기에 금강 물이 역류해 올라오는 거대한 습지였다. 습지는 자연 해자 구실을 했다. 공산성은 강과 절벽을 뒤로, 자연 해자를 앞으로 한 천혜의 요새였던 셈이다.

금서루에서 금강 쪽 성벽까지 가는 길은 숲이 우거져 나무들이 터널을 만들고 있었다. 올해는 꽃샘추위가 심하지 않아 꽃이 일찍 피었다. 잎도 마찬가지로 빨리 돋아났나 보다.

신록은 어느새 무성한 녹음으로 변해 있었다. 유영미 공주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성벽 둘레길을 제외한 공산성의 산책로 주변에는 나무가 많아 사시사철 걷기에 쾌적하다고 설명했다.

산책길에는 한여름에도 그늘이 형성되고 나무들이 잎을 떨구는 철에도 반그늘 정도는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은 말할 것도 없고 감염병 사태 뒤에도 공산성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적지 않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외국인 중 특히 일본 관광객이 공주를 많이 방문했다고 한다. 백제가 일본의 뿌리라는 인식이 일본인 사이에 상당히 퍼져 있음을 알게 하는 사례라고 유 해설사는 풀이했다.

백제 동성왕 때 지은 임류각은 왕과 신하들의 연회 장소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누각은 고증을 거쳐 1993년에 재현됐다. 토성 구간의 성곽길을 걸어 동문, 즉 영동루 쪽으로 가다 보면 공주의 원도심이 눈 앞에 펼쳐진다.

백제 최초의 가람배치 사찰인 대통사지, 동학농민전쟁의 최후 결전지인 우금치 전적지 등을 멀리서 볼 수 있다.

광복루는 공산성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어 공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다. 원래는 북문인 공북루 옆에 있었으나 일제가 강제로 우리 군대를 해산할 때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1946년 공주를 찾은 백범 김구 선생은 나라를 되찾은 것을 기려 이 누각의 이름을 광복루로 바꿨다.

왕궁지는 웅진시대 초기의 왕궁터로 추정된다. 발굴 조사 결과 10칸, 20칸 등의 큰 건물터와 돌로 쌓은 둥근 연못 터, 목곽 저장시설 등 여러 유적이 확인됐다.

왕궁터 옆에는 쌍수정과 쌍수정 사적비가 서 있다. 쌍수정은 조선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잠시 파천했을 때 5박 6일 동안 머물렀던 곳이다.

황새바위성지 빛의 길 [사진/전수영 기자]

◇ 명상으로 이끄는 황새바위성지 올레길

왕궁지에서 금서루로 되돌아와 황새바위성지로 향했다. 공산성과 황새바위성지 사이에는 공주 원도심을 흐르는 제민천이 있다.

제민천은 금학동 수원지에서부터 공주교육대학교, 공주시청, 반죽동 대통사지 역사공원, 공주하숙마을, 공주산성시장 옆을 흘러 금강에 합류한다.

제민천 주위에는 학교가 많아 1970∼1980년대 등교하는 하숙생들의 행렬이 이 하천을 따라 이어졌다고 한다. 제민천 옆으로도 약 5㎞의 산책길이 깔끔하게 조성돼 있었다.

황새바위성지는 한국 천주교 역사상 가장 많은 순교자의 기록을 남긴 순교 성지다. 신유박해(1801)와 병인박해(1866) 때 충청 감영에 체포된 천주교인들이 이곳에서 처형됐는데 이름이 확인된 순교자만 337명에 이른다.

따스한 봄 햇살 속에 곳곳에 철쭉과 야생화가 만발한 황새바위성지는 지금은 멀리서 보아도 아름다운 작은 동산으로 꾸며져 있었다.

솔잎 향기 진한 솔밭길 등 언덕을 오르내리는 올레길이 조성돼 있었다.

황새바위 광장 [사진/전수영 기자]

공산성이 역사와 자연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길이라면 황새바위성지 올레길은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조용한 명상길이다.

황새바위라는 지명이 붙은 이유는 이곳에 황새가 많이 서식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순교자들이 목에 항쇄(목에 씌우는 칼)를 찬 채 처형됐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황새바위성지와 송산리 고분군 사이에는 잘 닦여진 큰 도로가 있다. 황새바위성지에서 송산리 고분군 입구인 웅진백제역사관까지는 도보로 불과 10여 분 거리다.

6만여 평에 이르는 공산성에는 산책 코스가 다양했다. 도시락과 물 한 병만 있으면 공산성 안에서만도 종일 걷기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무령왕릉을 비롯해 7기의 고분이 있는 송산리 고분군에도 호젓한 오솔길이 적지 않다. 걷기 애호가들에게 공주만 한 곳도 많지 않을 것 같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6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ksh@yna.co.kr

ㅡ[연합뉴스]ㅡ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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