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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증시폭락 때 극단선택 2배↑…동학개미 정신건강은?

[김길원의 헬스노트] 증시폭락 때 극단선택 2배↑…동학개미 정신건강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2008년 10월 한국의 증권시장은 '패닉' 그 자체였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내 증시의 폭락으로 이어졌고, 현금이나 주식을 빌려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 상당수가 직격탄을 맞았다. 그 이후로 뉴스에서는 개미들이 그해 증시에서 날린 돈이 100조원에 달한다거나, 깡통 계좌가 속출하고 파산선고가 급증한다는 등의 우울한 소식이 1년 가까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 당시 금융위기에 따른 파장이 이런 경제적 손실에 그치지 않고, 주식 투자자들의 자살률을 크게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트코인에 투자가 몰리는 등의 현재 증시 분위기가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봄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미리부터 개인 투자자들의 정신건강 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투자자 '영끌', '빚투' (PG)

서울대 공동 연구팀(박진주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국웅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이 국제학술지 '사회정신과학과 정신의학역학'(Social psychiatry and psychiatric epidemiology)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2008년 10월 증시 폭락 이후 11월 한 달간 국내 30∼60세의 자살률은 평소 수준보다 최대 2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에 2008년 10월 당시의 국가 사망기록과 주식시장 투자자 데이터를 활용했다.

분석 결과, 2008년 말 기준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개인 투자자는 남성 278만4천명, 여성 180만5천명 정도였다. 국내 30∼60세 전체 인구의 11% 이상이 2008년 10월 주식시장 붕괴 당시 주식에 투자했으며, 이들 가운데 9명 중 1명은 상당한 재정적 손실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됐다. 코스피(KOSPI)와 코스닥(KOSDAQ) 지수는 그해 10월말 기준으로 각각 22.67%와 30.14% 하락한 상황이었다.

증시 붕괴 직후 개인 투자자들의 자살률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08년 11월만 보면, 남성에서 30대, 40대, 50대 자살률이 주식 붕괴가 없었다고 가정한 상황에 견줘 각각 47.22%, 40.59%, 39.26% 증가했다. 여성에서는 주식 투자 비중이 높았던 30대와 40대 그룹의 자살률이 1개월 사이에 각각 101.84%, 74.81% 치솟았다.

주목되는 건 남성의 경우 이렇게 높아진 자살률이 분석이 이뤄진 2016년까지 9년 동안이나 지속됐다는 점이다. 반면, 여성은 1년 6개월 이후 정상을 회복했다.

연구팀은 "주식투자의 특성상 남성이 한 종목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는 경향이 있다면, 여성은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해 상대적으로 손실이 크지 않다"면서 "당시 유명 연예인의 자살로 모방 자살이 잇따랐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남성에서는 주식 실패에 따른 심리적인 상처가 상당 기간 계속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주식 붕괴에도 당시 실업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했던 점을 고려할 때 실물경제와 상관없이 주식 투자실패를 비관한 극단적 선택이 전체적인 자살률을 높였다고 봤다.

이 그래프는 2008년 10월 한국 증시 폭락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 남성의 자살률은 주식 시장 붕괴 이후 높아진 채로 9년 동안 일정하게 유지됐지만, 여성은 1년6개월 가량 자살률이 높아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제자리를 되찾았다. [논문 발췌]

박진주 교수는 "한국은 개인 투자자의 직접 투자 비율이 다른 국가보다 매우 높다"면서 "이런 개인 투자자는 펀드 매니저와 같은 전문 투자자보다 다각화되지 않은 주식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당시 수백만 명의 투자자가 극심한 재정적 손실을 보았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위험한 포트폴리오를 선호하는 젊은 투자자일수록 폭락 기간에 더 많은 재정적 손실을 경험하면서 자살률이 더 높아졌다는 게 박 교수의 분석이다.

박 교수는 "주식시장 붕괴로 치명적인 손실을 경험한 개인 투자자는 실업자보다 사회적 지원이 덜 제공되기 때문에 훨씬 더 심각한 재정 상태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보건 당국은 극심한 재정적 손실을 겪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극단 선택을 막기 위해 정신과 치료를 포함한 장기적인 심리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2008년에 있었던 증시붕괴 이전의 분위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고 있는 요즘의 증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많다는 점이다. 증권사 예탁금 규모는 44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동학개미운동'으로 일컬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행렬 등이 이를 방증한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의 거품 위험성을 경고하는 금융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권준수 서울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주식투자는 남들이 한다고 따라 하기보다 자신의 판단과 냉철한 결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면서 "투자할 때는 가족과도 이런 사실을 공유하고, 설사 본인의 잘못으로 큰 손실을 보더라도 가족과 주변인의 지지를 얻어 극단적 생각을 떨쳐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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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연합뉴스]ㅡ202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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