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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국가웰다잉위원회' 만들어 죽음 문화 바꾸자 이와 함께 민·관 합동으로 '국가웰다잉위원회'를 만들어 사전의향서 작성 등의 범국민적 웰다잉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

[김길원의 헬스노트] '국가웰다잉위원회' 만들어 죽음 문화 바꾸자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임종 과정에서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하 사전의향서) 등록 건수가 최근 10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가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시행한 지 3년 6개월 만이다.

연명의료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에게 불필요한 고통만 가중하는 의미 없는 의료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환자의 호흡이 어려울 때 적용하는 인공호흡기와 심장이 멈췄을 때 시행하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가 이에 해당한다. 이럴 때 사전의향서를 미리 등록해두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다.

정부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사전의향서 등록에 100만명이 참여했다며, 삶의 마무리에 대한 존엄과 자기 결정이 존중받는 문화가 조성되는 증거라고 자평했다. 이대로면 참여율이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하지만, 그간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추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분석은 '장밋빛'에 불과하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

무엇보다 사전의향서 등록 건수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여론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복지부가 지난해 시행한 노인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층의 85.6%가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제까지 사전의향서를 등록한 국민은 19세 이상 인구 중 2.2%에 그쳤다. 그나마 고령층의 참여율(60대 3.4%, 70대 11.8%, 80대 이상 9.0%)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기대치에 미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만약 현재의 추세대로 매월 3만명이 사전의향서를 등록한다고 가정하면, 2030년 12월에나 400만명(약 10%)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는 "지난 3년 6개월 동안 105만명이 사망했지만, 16.2%(17만명)만 연명의료 결정 과정을 통해 임종했다"면서 "이는 기대와 현실 사이에 극명한 괴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인데도, 정부는 자화자찬만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전의향서를 등록하지 않은 사망자가 어떤 연명치료를 받았는지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예컨대 지난해의 경우 총 사망자(30만5천명)의 18%(5만4천942명)만 사전의향서를 등록한 점으로 미뤄볼 때 나머지 82%는 연명의료를 했거나 연명의료 중단 등의 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들이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데이터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명의료결정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DNR'(심정지시 심폐소생술 거부)이 임종기 환자에게 상당수 시행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DNR은 의료진에게 법적 책임이 없는 사전의향서 등록 환자와 달리 동의하지 않은 다른 가족이 뒤늦게라도 문제를 제기하면 법적인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임종기 환자들이 선호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개선돼야 할 대목이다. 미국에서는 임종 전 1개월 동안 호스피스 의료를 이용하면 호스피스를 이용하지 않은 환자보다 의료비용이 약 46.5% 감소하고, 이를 임종 전 1년 치로 보면 전체 의료비의 10.4%가 절감된다는 보고가 나와 있다.

미국의 호스피스 이용에 따른 의료비 절감 분석결과. [윤영호 교수 제공]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2019년 기준으로 암 사망자의 24.3%, 전체 사망자의 6.7%만 호스피스 완화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다. 이는 전체 사망자의 50.7%가 호스피스 완화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미국에 견줘 크게 낮은 수치다. 더욱이 암 이외의 사망환자 중 호스피스 완화의료기관을 이용한 경우는 연간(2019년) 23명(0.12%)에 불과했다. 미국에서는 호스피스 사망자 중 암 환자가 30%, 암 이외의 환자가 70%를 각각 차지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기적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기관을 대폭 확대하고, 사전의향서를 좀 더 쉽게 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예를 들어 건강한 사람이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 사전의향서를 작성할 기회를 주거나, 접근이 쉬운 동사무소나 사회복지관에도 사전의향서를 배치하는 식이다.

현재는 의향서를 작성하려면 정부가 지정한 등록기관을 방문해 개별적으로 상담을 받아야 한다. 전국의 보건소와 의료기관, 비영리법인, 건강보험공단 지소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등 총 503개소가 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지정돼있다.

이와 함께 민·관 합동으로 '국가웰다잉위원회'를 만들어 사전의향서 작성 등의 범국민적 웰다잉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도 검토해볼 만하다.

윤영호 교수는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수개월 이내에 임종 과정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하거나 입원하는 경우에도 사전의향서를 작성토록 하고, 의료기관에는 건강보험 급여화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io@yna.co.kr

ㅡ[연합뉴스]ㅡ2021.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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