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빚 갚아라" 방문·독촉도 스토킹?…법 적용범위 논란![[정연주 제작] ·일러스트](https://img7.yna.co.kr/etc/inner/KR/2021/11/02/AKR20211102151300501_02_i_P4.jpg)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A라는 사람이 지인 B에게 돈을 빌려줬다. B는 약속한 날이 지나서도 돈을 갚지 않았다. 조바심이 난 A는 B가 집에 있는 저녁 시간대 여러 차례 찾아가 벨을 누르고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B는 이런 행위가 계속돼 불안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A의 행위를 스토킹으로 형사 처벌할 수 있을까. 경찰은 지난달 시행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상 이런 행위도 법에 저촉된다고 해석한다. 경찰은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 법리검토를 거쳐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안감·공포심 유발행위뿐 아니라 불법 채권추심 등 채권·채무 관계에서 벌어지는 유사한 행위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채무자로부터 이런 신고를 받으면 채권자를 상대로 100ｍ 이내 접근금지, 문자메시지 발송 금지 등 '긴급 응급조치'를 한 뒤 검찰을 통해 법원에 사후 승인을 청구할 수 있다. 재발이 우려된다면 서면 경고, 접근금지, 구치소 유치 등 '잠정조치'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다. 긴급 응급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1천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고, 잠정조치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는 악성 채권자의 행위 때문에 채무자가 스토킹 또는 그 이상의 피해를 보는 일을 막자는 취지이지만, 일각에서는 사인(私人) 간 분쟁에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셈이 돼 오히려 채무자가 채권자를 위축시키려는 목적으로 신고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민·형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소송이라는 절차 자체가 번거롭고 결론이 나오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려 일단은 개인적 차원에서 설득이나 압박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자가 채무자를 찾아가 권리를 주장하더라도, 채무자가 "불안을 느낀다"며 경찰에 도움을 구하면 경찰로서는 규정된 방식으로 채권자를 제재해야 한다. 조치사항을 어겼을 때 채권자에게 과태료나 형사처벌이 따르는 것도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형식적으로만 따지면 임금을 체불당한 근로자가 사장의 집을 지속적으로 찾아가 임금 지급을 요구해도 사장이 "지속적 괴롭힘을 당한다"며 신고하면 스토킹처벌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달 21일 법 시행 이후 채권자가 "돈을 갚으라"며 주거지로 찾아오고 전화로 계속 연락한다는 채무자 측 신고를 여러 건 접수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https://img6.yna.co.kr/etc/inner/KR/2021/11/02/AKR20211102151300501_03_i_P4.jpg)
일각에서는 스토킹처벌법이 스토킹 행위의 '목적성'을 정의하지 않아 법 적용 범위 논란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2000년 제정된 일본의 스토커 규제법은 '특정 대상에 대한 연애 감정 등 호의의 감정 혹은 그것이 충족되지 못한 것에 대한 원한의 감정을 채우기 위한 목적'을 규제 대상으로 명시했다. 아울러 위법한 채권추심 행위는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채권추심법)로도 규제할 수 있는 만큼, 스토킹처벌법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채권 관계는 채권추심법에 가이드라인이 있으니 굳이 채권자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면 채권추심법에 넣는 게 맞다"며 "스토킹처벌법이 일반 사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분쟁에 '전가의 보도'로 쓰이지 않도록 경찰의 선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스토킹처벌법의 '예방적 기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실제 채권추심과 관련된 문제는 스토킹처벌법과 채권추심법 모두 저촉되더라도 결국 형량이 높은 채권추심법으로 처벌하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스토킹처벌법은 처벌 자체보다는 채권자에 대한 경고 등 예방적 조치를 통해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게 막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ㅡ[연합뉴스]ㅡ2021.11.03
ㅡCopyrights(c)- OTOT-오티오티, 신문" 무단, 전재 배포 금지ㅡ |
메인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