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주식 브로커 '존 파우스트'는 연인 '그레첸'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양심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선'과 '악', '신'과 '악마'로 대변되는 'X-화이트'와 'X-블랙'이 존을 두고 내기를 한다. 그 결과 증시가 대폭락하는 '블랙 먼데이'사태가 발생하고 존은 모든 것을 잃고 절망의 끝에 내몰린다.
신이 자신을 외면했다 생각한 순간, X-블랙이 그에게 나타나 성공을 미끼로 신을 부정할 것을 유혹한다. 존은 그레첸의 만류에도 X-블랙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점차 그에게 잠식되어 간다. 악마와 손을 잡게 된 존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유혹'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더데빌'이 절찬리에 공연 중이다. 이지나 연출이 만든 작품은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지난 2014년 초연됐다. 당시 '파격적인 창작극'과 '난해한 작품'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았던 만큼 이번 재연 무대에서는 간결하고 선명한 주제로 변화를 시도했다. [공읽남] 당신은 거부할 수 있는가…뮤지컬 '더데빌' [통통영상]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기존의 3인에서 4인 극으로 달라진 것이다. 초연 당시 'X'라는 하나의 캐릭터가 선과 악을 표현해 관객들에게 난해하다는 혹평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재연에서는 X를 화이트와 블랙으로 나눠 관객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대본을 직접 집필한 이지나 연출은 "본디 빛과 어둠은 하나의 존재이며 '인간의 내면은 어느 쪽을 선택하는가'라는 주제에 맞게 초연에서는 X를 하나의 캐릭터로 두고 한 명의 배우가 연기했지만, 이번 재연에서는 분리된 두 개의 캐릭터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어 "더욱더 명확하게 선과 악의 존재를 그리고 그들이 존과 그레첸이라는 인물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고 캐릭터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작품은 확실히 지금까지 보아 온 뮤지컬과는 다르다. 설명하는 대사는 최대한 배제하고 이미지를 통해 인물의 상태와 심리를 표현한다. 무대 장면마다 의미를 담고 그 의미를 대사가 아닌 노래로 풀어내다 보니 사전정보 없이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극을 이해하는 데 조금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해석들이 관객들에게서 나오게 되고, 서로 다른 메시지를 통해 비로소 고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다만 원작과 마찬가지로 '선은 악마저도 포용한다'는 '권선징악'이란 고전의 결말을 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작품은 다소 불친절함 속에서도 관객들을 빠져들게 한다. 무대를 채운 2층 높이의 X자형 철계단과 100여 대가 넘는 무빙 조명은 가히 색과 빛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느껴질 정도로 화려하다. 수십 개의 조명 빛이 배우에게 떨어지는 순간 '단독 록 콘서트'를 방불케 한다.
여기에 무대를 가득 채우는 조연 배우들의 코러스 음악은 극의 화려함을 더한다. 총 25곡의 노래로 구성된 작품은 강렬한 록 비트와 웅장한 클래식 사운드를 바탕으로 유혹과 선택, 그사이에 선 인간의 좌절, 고뇌, 애정, 후회 등 모든 감정을 담고 있다.
고전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의 이야기를 놓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등 뻔한 말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가 작품을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 즉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물음 앞에 서게 된다는 점은 분명한 듯하다. 최고의 부를 얻은 존은 정작 사랑이란 삶의 의미를 잃고 괴로워한다. 세상을 다 얻었다 한들 사랑이 없는, 덧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삶의 의미를 져버린 파우스트 역에 송용진, 정욱진이, X-화이트 역에 임병근, 고훈정, 조형균이, X-블랙에 장승조, 박영수, 이충주 등이 캐스팅됐다. 작품은 오는 4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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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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