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휘감는 바람이 공허한 계절이다. 감성마저 온기를 잃었다면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여운이 짙은 작품을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가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초연됐다. 19세기 눈 내리는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뮤지컬 '안타 카레니나'
상류층에서 무엇하나 부족함 없이 살아가는 귀족 부인 '안나'는 돈 많고 나이 많은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무료하기만 하다. 어느 날 매력적인 외모의 젊은 장교 '브론스키'가 나타나 안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 안나는 가정을 버리고 브론스키와 시골로 떠나 새로운 삶을 꾸리게 된다. 하지만 안나가 그토록 꿈꿨던 아름다운 일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브론스키의 사랑은 점차 식어가고, 그를 향한 안나의 집착은 깊어간다.
작품은 방대한 소설을 촘촘하게 압축하면서도 원작의 감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그만큼 배우들의 감성이 작품을 이해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 속 장면을 연상케 하는 대형 LED 스크린과 거대한 기차 세트, 고풍스럽고 우아한 200여 벌의 의상도 작품의 관람 포인트다.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로 펼쳐지는 음악은 대형 뮤지컬다운 감동을 선사한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알리나 체비크 연출은 "안나를 비난하기보다 용서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인간은 남을 비난하거나 심판할 자격이 없다. 그래서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 작품의 메시지다"고 말했다. 뮤지컬 디바 옥주현, 정선아, 이지훈, 민우혁 등이 출연하는 작품은 오는 2월 25일까지 계속된다.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세기의 러브스토리로 손꼽히는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도 절찬리에 공연 중이다. 1889년 오스트리아 마이얼링에서 발생한 '황태자 루돌프'와 그의 연인 '마리 베체라'의 자살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은 2006년 헝가리에서 초연됐다. 한국에서는 2012년과 2014년 '황태자 루돌프'라는 제목으로 공연됐다. 올해는 작품명을 '더 라스트 키스'로 바꾸고 무대장치 등 보는 재미를 더했다.
아버지의 강압으로 정략결혼을 한 황태자 루돌프는 자포자기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날 그는 파티장에 갔다가 한 소녀의 자살 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그곳에서 마리 베체라를 만나게 된다. 마리는 평소 신문 속에서 자유를 외치는 기고가 '줄리어스 팰리스'를 동경해왔다. 마리는 자신이 선망해왔던 줄리어스가 루돌프라는 것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사랑을 시작한 두 사람은 마이얼링 별장으로 떠나고 결국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다.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작품명을 바꿔 세 번째로 한국 무대에 서는 이번 공연은 루돌프와 마리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에 더 중점을 뒀다. 하얀 눈이 흩날리는 겨울 배경의 무대장치 등은 이들의 사랑 만큼이나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려한 의상과 웅장한 영상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이번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사랑이다. 사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스토리와 감동을 지닌 작품이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 전동석, 정택운, 수호, 카이, 김소향, 민경아, 루나 등이 출연하는 작품은 오는 3월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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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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