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은 묵직한 사회고발 메시지를 코미디 블록버스터에 담아냈다. 블록버스터이긴 하지만 가족드라마와 슬랩스틱 코미디 등 작은 영화의 단골 메뉴도 함께 버무렸다.
'부산행' 감독이라는 후광과 초능력을 소재로 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 '염력'[뉴 제공]
주인공 '석헌'(류승룡)은 평범한 은행 경비원이다. 젊은 시절 연대보증을 잘못 섰다가 집안이 풍비박산 난 뒤로 아내와 딸 '루미'(심은경)를 거의 보지 못했다. 연락처가 있긴 하지만, 가족을 볼 면목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그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찾아온다. 의지만으로 물건을 움직이고 장풍을 쏘는 '염력'이 생겼다. 석헌은 염력으로 돈을 벌어 가족과 재결합하기를 꿈꾼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딸과 상봉하게 된다. 석헌은 딸의 매몰찬 태도에서 원망을 읽고 힘없이 돌아선다.
얼마 후 딸과 이웃들이 악당 '민사장'(김민재)과 '홍상무'(정유미)의 음모로 위험에 처한다. 석헌은 염력으로 딸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여기에 정의로운 변호사 '정현'(박정민)이 합세하면서 놀라운 일이 펼쳐진다.
영화 '염력'[뉴 제공]
한국형 블록버스터답게 가족드라마 코드가 빠지지 않는다. 시작부터 모성애와 눈물겨운 성장스토리가 스크린을 휩쓴다. 석헌이 어떻게 염력을 얻게 되었는지는 최소한의 설명만 제공한다. 그렇기에 SF보다는 가족 코미디에 가깝다.
연상호 감독의 작품세계를 논하면서 사회고발형 메시지를 빼놓을 수 없다. '돼지의 왕', '사이비' 등 날카로운 사회 풍자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실사영화 데뷔 후 두 번째 작품인 '염력'은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를 기린다.
영화 '염력'[뉴 제공]
애니메이터 출신 감독답게 신마다 상상력과 생동감이 넘친다. 젊은 관객의 입맛을 겨냥한듯한 드라마틱한 연출과 편집, 그리고 CG의 활용 면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감정선이 격하게 교차하는 연기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코미디가 블록버스터로 제작되기 어려운 국내 시장에서 과연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류승룡의 염력 팬터마임도 폭소를 자아낸다. 머리카락과 혀가 펄럭이며 B급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에 대해 류승룡은 촬영마다 이어진 연상호 감독의 '몹쓸 연기'(몹시 쓸만한 연기) 지도에 공을 돌렸다.
영화 '염력' 촬영 현장에서 연기 지도 중인 연상호 감독 [뉴 제공]
류승룡과 감동 부녀 케미를 선보인 심은경은 재개발 상가의 당찬 청년 사장을 연기했다. 사회적 약자인 탓에 어렵게 자랐지만, 강직한 성품으로 고결함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신념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한 염력이 아닐까 싶다.
영화 '염력'[뉴 제공]
배우 김민재는 악역 '민 사장'을 열연했다. 악역 경력도 풍부한 데다 범죄 스릴러에 워낙 감초처럼 등장해 대중의 눈에 친숙한 배우다. 신작에서는 코미디와 높은 궁합을 선보였다. 더 많은 코미디에서 보고 싶은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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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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