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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더스]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은 엿듣지 않지만 / 다른 사람에게 귓속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한데, 엿듣는 행동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작성일
  2023-05-23 01:54:10
조회수
  60

[마이더스]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은

엿듣지 않지만

회랑 걷는 한미 정상

어머니는 내게 늘 말씀하셨다. 올바로 된 아이는 엿듣지 않는다고. 타인의 사적인 얘기를 엿듣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미다. 같은 이유에서 다른 사람에게 귓속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한데, 엿듣는 행동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규칙은 세계 어디서나 적용되겠지만 누구에게나 해당하진 않는 듯하다. 특히 정치의 세계에서 더 그런 것 같다.

◇ 우방국이라도 국익이 가장 중요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공급 가능성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의 고위 관계자들을 도(감)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흥분하는 것은 순진한 태도다. 한국과 미국은 긴밀한 우방국이기 때문에 중립적인 관계, 또는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국가들과 당연히 다른 규칙이 적용될 것이다. 하지만 두 나라는 엄연히 개별적인 독립 국가이며, 종국에는 각자의 국익이 가장 중요하다.

북한을 놓고 한국과 미국은 이해관계가 대체로 일치한다. 현실적이진 않지만 북한의 공격성을 차단하고 비핵화로 마무리되는 시나리오를 바라고 있다. 또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이 패권을 잡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나라는 동시에 완전히 다른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경제 분야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 입장에선 동북아시아에서 인접국인 중국, 러시아 그리고 북한과도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할 것이다. 반면 미국은 이 지역에서 더 공격적인 정책을 채택하는 게 가능하며 실제로도 그러하다.

메르켈 전 독일 총리

◇ 독일 연방 총리도 도청했던 미국

이런 사례는 한국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 정상 회동이 열리기 얼마 전 미국 국가안보국 문건의 내용이 외부로 드러나면서 당시 독일 연방 총리였던 앙겔라 메르켈의 휴대 전화를 도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문건은 커다란 분노를 야기했으며 독일 언론들은 '독일은 여전히 미국의 진정한 동맹국이 아니었나? 어떻게 이런 일이(가능한가?)'라는 표제로 사람들의 큰 주목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메르켈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얘기를 나눴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해당 사안에 관해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랄트 랑에 독일 연방 검찰총장은 독일 연방 총리의 휴대 전화 감청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발견한 것은 국가안보국의 원본 서류가 아닌 사본 서류에 불과하므로 조사를 중단한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중단했다.

한참이 지난 2019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안보 담당 부자문관이었던 벤 로즈는 메르켈 총리가 도(감)청 사실 자체보다 잘못된 언론의 보도 행태로 인해 훨씬 더 심기가 불편했다고 진술했는데, 이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동맹국 간에 도청이나 감청을 해선 안 되겠지만 우호 관계에서도 언제나 일정 부분 불확실한 측면이 존재하며,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라면 더 그렇다. 어떤 새로운 정책을 실시할 것이며, 우방국을 신뢰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불신은 양측이 모두 갖게 되는데, 예를 들어 한국 국민의 과반수가 생각하는 것처럼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찬성하는 주요 근거는 한반도 전쟁 발발 시 미국의 방어 의지에 대한 확신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1950년의 한국 전쟁 발발은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이었던 딘 애치슨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방어선과 관련해 한국을 제외한 연설 내용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최근의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소규모 공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그 원인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

브록켄 하우스

◇ 도청 막으려면 기술적으로 잘 대비해야

우방국 간의 도(감)청 위험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양측의 관련 파트너들이 모든 차원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자주 그리고 긴밀하게 접촉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의 관계에서 이런 접촉이 부족했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한 소통 방식과 트럼프 행정부의 소통 방식이 사뭇 달랐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 관계자에 대한 도(감)청 사례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가식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는 이미 수백만 대의 CCTV가 설치돼 있으며, 이를 통해 국민들을 광범위하게 관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과의 경계지역에 가면 산악지역에 대형 감청 장치가 설치돼 있는 경우가 있는데, 유럽에도 냉전시절에 동일한 장비가 존재했다. 그러나 적에 대한 감청이 부적절한 행위로 간주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사랑과 전쟁에 있어서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나폴레옹조차 말한 적이 있을 정도다.

섬뜩한 것은 오히려 오늘날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기술들을 활용해 도(감)청을 매우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휴대전화 데이터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적용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중국 회사가 운영하는 틱톡의 금지 여부를 두고 논쟁이 진행 중이다. 광범위한 정보 유출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그리고 여타 다른 업체들도 데이터 취급의 적합성이 결여돼 있으며, 정치적으로 자의적인 성향에 따라 처리한다는 지탄을 받는다.

이렇듯 문제가 되는 데이터들은 대부분 불법적으로 수집한 것이 아닌, 개인 동선과 좋아하는 음악, 그림 또는 소비행태와 같이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개인 정보들이다. 물론 이런 사례들은 불법 도(감)청과 비교 대상이 아니다. 우방국 또는 전략적 파트너들 사이에는 일정한 기준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도(감)청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기술적으로 잘 대비하는 것이다. 들리는 바로는 이 분야에서 북한이 가장 앞서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직접 말로 전달하거나 수기로 작성한 메모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앞으로 이런 방식을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감)청이 가능한 기술은 효율 측면에서 커다란 장점을 지니고 있으며, 원칙적으로 기술상의 퇴보를 지향하지 않는다. 침착함을 유지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될지 모른다. 지금 드러난 문서들을 보면 화가 나고 심기도 불편한 게 사실이다. 일부러 그런 목적을 갖고 관련 정보를 퍼뜨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미관계가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베른하르트 젤리거 독일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대표

베른하르트 젤리거

옮긴 이: 김영수(독일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사무국장)

ㅡ[연합뉴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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