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요양원 찾아 소리꾼으로 봉사하는 경찰관(구리=연합뉴스) 심민규 기자 =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고~" 
구리경찰서 교통조사팀장인 장남익(55) 경감은 소리꾼으로서 한 달에 두 번 주간 보호센터와 요양원, 경로당 등을 찾는다. 장구와 북, 해금 등의 장단에 맞춰 우리 민요를 구수하게 뽑으면서 일상에 지루해하던 어르신들에게 큰 기쁨을 준다. 장 경감은 무료 공연을 위해 남양주시 자원봉사센터 소속 국악봉사단 '놀패'를 꾸렸으며, 비번인 날마다 시나리오를 짜고 사비를 들여 한복과 스피커, 마이크 등을 준비한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 펼친 공연에서 그가 '얼씨구' 소리를 내면 어르신들은 '절씨구' 덩실덩실 어깨춤으로 화답한다. 어르신들은 장 경감을 '얼씨구 아저씨'로 부르며 그의 소리에 흠뻑 빠진다. 장 경감은 "어르신들에게 소리를 전하고 나면 힐링을 받는 느낌"이라며 "그들의 마음속에 잊고 있던 흥을 일깨워줄 때 감동하고 봉사의 의미를 알게 된다"고 말했다. 장 경감은 공연 중간중간에 어르신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과 교통안전 준수 수칙 등도 곁들인다. 장 경감은 "어르신들이 쉽게 당하는 범죄 유형은 보이스피싱과 교통사고인데 이와 관련해 주의할 점을 민요와 함께 설명하면 지루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1991년 경찰 제복을 입은 뒤 지역 경찰, 형사과 등을 거쳐 현재 10년째 구리경찰서 교통조사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장 경감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것을 계기로 소리에 빠지기 시작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면서 어머니가 생전 흥얼거리던 '정선아라리' 민요가 귓속에 맴돌았다. 마흔살이던 2009년 민요학원 문을 두드려 본격적으로 민요 배우기에 뛰어들었다. 민요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경찰 업무로 지친 그에게 한 줄기 빛과 같았다. "민요가 그동안 내성적이고 대중 앞을 싫어하던 저를 외향적으로 바뀌게 했습니다. 소리를 낼 때면 몸에서 민요 DNA가 흐르는 것처럼 희열이 생길 정도입니다." 5년간 여가 시간을 할애해가며 민요를 공부한 장 경감은 황해도 무형문화재 3호 '놀량사거리' 보유자인 한명순 명창에게 '서도 민요'를 이수 받기도 했다. 
그는 이수 받은 민요를 단순 취미로만 끝내는 것이 아닌 무료 공연을 통해 재능 나눔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있다. 장 경감은 "중증 환자들이 민요를 듣고 반응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보호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보람을 느끼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요로 '인생 2막'을 시작한 장 경감은 정년퇴직까지 남은 4년을 경찰 이미지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아이에게 '너 울면 순사 아저씨가 잡아간다'라고 했는데, 이런 무서운 경찰 이미지는 묻어야 한다"며 "민원인들에게 친절한 경찰관의 이미지를, 어르신들에겐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 경감은 퇴임한 이후에도 봉사 활동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민요는 마치 어머니의 따뜻한 품과 같다"는 그는 "남은 인생 어머님에게 들려주지 못한 이 소리를 어르신들에게 들려주며, 소리꾼으로서 민요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wildboar@yna.co.kr ㅡ[연합뉴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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