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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공예는 시대 산물…제작과정 아우르는 박물관 만들 것"
작성일
  2020-01-08 21:49:37
조회수
  12

안국동사거리에 연말 문 여는 서울공예박물관 김정화 관장
"소장품·아카이브 확충하고, 건전한 공예 생태계 구축"
인터뷰 응한 김정화 서울공예박물관장
인터뷰 응한 김정화 서울공예박물관장(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김정화 서울공예박물관장이 서울시청 별관에서 박물관 운영 계획과 전망 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20.1.8 chc@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시대 갓을 보세요. 크기가 제각각이고 모양도 달라요. 당시 사람들의 생각, 욕망, 요구가 담긴 거죠. 모든 공예품은 그 시대의 산물입니다. 그런데 국내에 공예를 전문으로 하는 박물관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올 연말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 문을 여는 서울공예박물관 김정화(64) 초대 관장은 최근 서울시청 별관에서 만난 연합뉴스 기자에게 "공예가 미술사, 민속학 측면에서만 다뤄져 대중적 연구가 심도 있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관장은 "공예는 세계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는 분야"라며 "서울공예박물관이 도심지의 새로운 문화시설로 거듭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옛 풍문여고 자리에 들어서는 서울공예박물관은 예술과 생활, 전통과 미래, 일상과 이상, 공예와 세계를 각각 연결해 공예도시 서울의 허브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곳은 본래 세종 여덟째 아들 영응대군이 머문 거처이자 고종이 아들 순종의 혼례를 위해 건축한 별궁 자리였다. 지금은 길을 건너면 공예 거리인 인사동이 있다. 과거와 현재, 조선왕실과 서울 주민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에서 문학과 미술사학을 공부한 김 관장은 그동안 박물관 연구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경기도 어린이박물관 같은 데서 기획 관련 일을 했다. 그는 "공룡박물관도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하는 박물관 전문가이지만, 공예 쪽에서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김 관장은 박물관을 채울 공예라는 콘텐츠에 대해 나름의 소신을 드러냈다. 그는 일단 공예에 대한 가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공예는 완성품만 감상해서는 안 되고, 제작 과정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분류표에 공예라는 항목이 없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직 중에 공예 담당이 거의 없다"며 "일상적인 공예가 일상적이지 않은 활동으로 취급됐고, 제대로 된 대접도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예는 재료부터 제품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 박물관은 공예 생태계가 건전하고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돕고, 공예 생태계를 깨우는 허브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하는 김정화 관장
인터뷰하는 김정화 관장(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김정화 서울공예박물관장이 서울시청 별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도중 웃고 있다. 2020.1.8 chc@yna.co.kr

건강한 공예 생태계 구축을 위해 김 관장은 박물관 설립 초기에 기초를 내실 있게 다지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례적으로 개관 전에 학예직과 행정직 약 30명을 서울공예박물관 업무에 배치했다.

"나무는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잘 나고 꽃도 잘 핍니다. 저희가 해야 할 일은 뿌리가 깊이 박히도록 하는 겁니다. 뿌리가 약한 나무에서는 꽃이 피지 않습니다."

김 관장은 박물관이 전시, 연구, 교육이라는 세 축을 바탕으로 운영돼야 한다면서 서울공예박물관 기초는 소장품뿐만 아니라 방대한 아카이브 자료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아카이브는 작가 스케치, 도안, 작업 도구 등을 망라해 갖추고 디지털화해 공개할 것"이라며 "공예를 공부하는 후학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촘촘한 정보시스템을 완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서울공예박물관 소장품이 부실하지는 않다. 자수공예 유물 수집과 연구에 헌신한 고(故) 허동화 한국자수박물관장이 기증한 유물 5천여 점에 5천 점 정도를 추가로 수집했다. 개중에는 국가지정문화재 5점과 시도지정문화재 5점도 있다. 허동화 컬렉션은 오는 3월 미국 클리블랜드박물관에서 전시를 통해 먼저 선보인다.

김 관장은 "자료를 단순히 미술시장에서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와 만나 이야기하면서 수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장인을 만나보면 정직하고 열심히 작품을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감동적이다"고 털어놨다.

서울공예박물관 조감도
서울공예박물관 조감도[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서울공예박물관은 풍문여고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다. 건물 6개 동으로 구성하고, 연면적은 1만590㎡이다. 여타 박물관과 구조가 달라 관람객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김 관장은 "건물마다 특성을 달리해 본관과 동관, 직물관, 어린이박물관, 아트리움, 관리동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일부 구간은 담을 허물어 삼청동을 오가는 관람객이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물관을 '인문학의 총체'로 보는 김 관장에게 마지막으로 10년 뒤 서울공예박물관 모습을 상상해 달라고 부탁했다.

"우선 시각장애인들이 늘 다니는 박물관이 되면 좋겠습니다. 공예 자료는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겁니다. 한편으로는 소장품과 아카이브 자료를 축적하고 연구와 조사를 활발히 해 동양 최고의 공예박물관으로 부상하면 좋겠습니다."

psh59@yna.co.kr

<연합뉴스>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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